Essay by Anh Thuy Nguyen

This essay was written on the occasion of the proposal for creating Jihyun Lee's Solo exhibition, Red Scene 2021 curated by anh thuy nguyen 2021

 (*Korean translation will be follow)

Red Scene 2021

Anh Thuy Nguyen

Since 2017, artist Jihyun Lee has made a significant shift in her 20-year-painting career. This new series of works breaks with the decadent time-space conundrums of Lee’s previous work and introduces a rupture of intimate domestic moments. Red Scene 2021, named after her first attempt in this series, is a curatorial project highlighting Lee’s best formal achievements to date. Through wall sculptures, works on paper and large-scale oil paintings, the exhibition attempts to honor Lee’s vision, which is as experimental as it is polished, as spirited as it is thoughtful.

The recurring image of this exhibition is Lee’s stuffed watercolor dolls, which physically rest on wooden shelves in the exhibition space. They are varied in scale, some as small as the palm of a hand, with the color of their hand-sewn threads exposed and their facial features smudged and drooled, expressing a sense of melancholy despite their innocent impression. These dolls are as personal as they look, inspired by Lee's memories of the early childhood toys her mother made for her in Seoul, and incorporating her own son’s drawings of imaginary faces and characters. While some of the dolls are anatomically correct, others are just “parts” or parts combined into “scenes” where mismatched heads and limbs are sewn together to create awkward forms. Some of these “parts” are even usable objects - for example, a stuffed head that is also a pin cushion with needles pinned on top. The doll shelf extends Lee’s long-time interest in the relationship between paintings and objects, where objects are made with formal, painterly qualities in mind, yet rely on materials other than paint to convey their subject. Jumbled on top of one another, a mess of “parts” and “scenes” filling the wooden shelves, the dolls reflect the aspiration to recreate the past out of a present of discontinuous, broken forms. 

Lee’s process emerges as integral to her project, especially in Lee’s recurring studies of the dolls’ faces, limbs, and torsos on paper. While some drawings remain sketches, and are perfectly praise-worthy as such, all of Lee’s studies in this exhibition reveal her ability as a skilled abstract expressionist. Soft-toned sweeps swiftly differentiate foreground and background, while obscuring underdrawn and written words, which in turn only intensify the drawings’ intrigue. Lines emerge and take precedence, forming playful patterns and suggesting human shapes. The distance between strokes and lines, between painting and drawing, seems obliterated, as Lee constantly switches between the two, disregarding the expected hierarchy of their formal significance. Intending merely to capture fleeting thoughts for putatively more polished work, Lee produces instead a complete set of rhythms, at once organic and composed, evincing a mastery of material within the raw instinct of her working mind.

Following the concept of one of her first paintings in the series Red Scene_ Avon (2015), which depicts a gathering party, Red Scene_Cage (2020) carries on Lee’s nostalgic red theme. However, by shifting the choice of what is represented from human figures to her “doll-objects,” Lee transforms the subject, which was originally a realist scene, into an imaginative space where the dolls assume an emotive sentience. In the world of Lee’s canvas, the dolls are elevated beyond their initial conception as merely anthropomorphic objects. In other words, their emotion is no longer “painted-on” but feels real and tangible. Their loopy forms lean off a round steel cage illuminated at golden hour, filling the space with elliptical holes of reflected light and penumbra. The surreal geometry of light in the air throws subtle cinematographic movement onto the doll’s bodies, which appear used and desolate. While the painting’s red tone is based on the polished surface of an actual red cabinet in her mother’s kitchen, the painting escapes this personal frame of reference and becomes an elusive frame of mind, caught between a treasured everyday familiarity and a strange, tantalizing sadness. An engulfing canvas of 8 ft., Red Scene – Cage (2020) bespeaks Lee’s exceptional handling of light through which she conveys a genuine sentiment.

From afar, the magnification of everyday objects with bright clarity in Red Scene – Parts (2020) refers to American pop art painting since the 1960s. Upon a closer look, however, one sees how Lee quickly dissolves such clear-cut historical references with her expressive mark-making, abstract geometry, and consistent use of color as subject. While the crafting tools shown here are attractively portrayed, they remain secondary to the intense foreground which is a neatly arranged vertical row of detached round doll heads. Deepening the blend of muted tones and light pastels, the redness of this painting acquires force in the darkest moments of the scene that coincide with the happening-smudgeness of each doll face. These passages intensify the dolls’ expressions, leaving their physicality and their emotion obscure, as if one were only catching a glimpse of them in motion despite the stillness of the overall composition. Adding a subtle overlay of abstract reflections and a scattering of unfinished limbs, the painting begs the viewer to differentiate the real from the represented, and to question whether this scene is a captured everyday moment, or more hauntingly a projection of the subconscious and the imagined.

It is hard to fully unpack the success of Lee’s work within the context of art today. Some may simply find satisfaction in her vibrant canvases. Some may admire her mastery of composition and materials, while others may applaud Lee’s ambition for consistently tackling works of a certain scale and number. As much as I am tempted to highlight Lee as a woman artist, an immigrant, and a mother, it is important to stress that none of these conditions is responsible for her success. Lee’s works are quintessentially intuitive, unclouded by any preconceived notions of social identity or struggle. A certain nostalgia persists, as does an escapist tendency, but the true reward of Lee’s work lies in her unfeigned delight in her medium. In her best work, Lee opens up a viewing experience that is as much about yearning as it is about joy and relief. 


Text © Anh Thuy Nguyen

Red Scene_Parts 2020. Oil on canvas, 36 × 96 in. (91.4 × 243.8 cm)

Red Scene 2021

안 투이 응우옌

2017년 이후, 이지현 작가는 20여 년간 이어온 회화 작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새로운 시리즈는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 나타났던 복잡한 시공간의 난제를 넘어, 친밀한 일상의 순간들로 전환을 이룬다. 작가의 이전 작품인 동명의 회화 시리즈에서 이름을 딴 전시 Red Scene 2021은 그녀의 가장 완성도 높은 형식적 성취를 조명하는 기획 프로젝트다. 오브제, 조각적 시도들, 종이에 그린 작업, 대형 유화 작품 등을 통해, 이번 전시는 실험적이면서도 정제되고, 열정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지현의 비전을 기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는 이지현 작가의 손으로 만든 수채화 인형들이다. 전시장 공간의 나무 선반 위에 놓여질 이 인형들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부터 손바느질로 드러난 실의 색감과 흐릿하고 번진 얼굴의 특징까지, 순수해 보이는 인상의 뒤편에 다소 우울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이 인형들은 서울에서 어머니가 어린 시절 만들어 주셨던 장난감에서 비롯된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반영하며, 작가의 아들이 상상 속 얼굴과 캐릭터를 그려낸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부 인형들은 해부학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다른 것들은 단순한 신체의 “부분”으로 남거나, 여러 신체 부위를 조합해 기이하거나 생경한 형태를 이루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머리부분이 핀 쿠션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오브제로 기능하기도 한다. 인형들은 회화와 오브제 간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작가의 관심을 확장한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회화적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으나,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형태만으로 주제를 전달하기도 한다. 나무 선반 위에 뒤섞여 있는 인형들과 장면들은 단절되고 깨진 형태들 속에서 현재와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작가의 열망을 반영한다.

작업 과정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인형의 얼굴, 팔, 다리, 몸통 등을 종이에 반복적으로 연구한 드로잉 작업들이 그렇다. 어떤 드로잉은 스케치 상태로 남아 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전시에 선보이는 모든 연구작업들은 작가의 능숙한 추상 표현주의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톤의 붓질은 전경과 배경을 재빠르게 구분하며, 밑그림과 글씨를 흐릿하게 덮어 드로잉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 선은 도드라지며 인간의 형상을 암시하는 유희적인 패턴을 형성한다. 붓질과 선, 회화와 드로잉 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작가는 두 매체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기존의 형식적 중요성에 대한 위계를 무시한다. 단지 순간적인 생각의 단편을 포착하려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작가는 오히려 유기적이면서도 정돈된 리듬을 완성하며, 직관적인 사고와 물질적 숙련이 결합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레드씬 시리즈 초기 작품 중 하나인 Red Scene_Avon (2015)에서 모여앉은 사람들을 그렸던 주제를 이어받아, Red Scene_Cage (2020)에서 작가 특유의 향수를 담은 붉은 테마를 유지한다. 하지만 표현 대상을 인간 형상에서 그녀의 ‘인형 오브제’로 전환하면서, 원래 사실적인 장면이었던 작품은 인형들이 감정을 가진 존재로 변모하는 상상적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이지현 작가의 캔버스 안에서, 인형들은 단순히 의인화된 오브제를 넘어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존재로 격상된다. 다시 말해, 감정이 “그려져 있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느껴지고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전달된다. 인형들의 자유로운 형태는 황금빛이 드리운 시간 속, 둥근 철제 케이지에서 흘러내리며, 공간을 타원형의 반사된 빛과 반원의 그림자로 채웠다. 공중에 떠도는 빛의 초현실적 기하학은 미묘한 영화적 움직임을 인형의 낡고 황량한 몸에 드리우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붉은 톤의 회화는 작가의 어머니 부엌에 실제 있는 붉은색 찬장의 윤기 있는 표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작품은 이를 넘어 익숙함과 낯섦, 그리고 묘한 슬픔이 어우러진 심리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2.5미터의 압도적인 크기의 캔버스인 Red Scene_Cage (2020)은 빛을 다루는 작가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진솔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Red Scene – Parts (2020)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선명하고 크게 확대해 보여주는데, 이는 1960년대 이후 미국 팝아트 회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이지현은 자신의 자유로운 붓질, 추상적인 기하학적 형태, 그리고 색을 주제로 한 일관된 표현을 통해 이러한 역사적 참조를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작품 속 공예 도구들은 아름답게 표현되었지만, 작품 중앙에는 깔끔하게 정렬된 분리된 둥근 인형 머리들의 수직적 행렬로 차지하고 있다. 은은한 톤과 밝은 파스텔 색조가 섞여있는 이 작품에서, 붉은색은 각 인형 얼굴의 흐릿한 느낌이 강조되는 장면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형의 표정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면서도, 인형의 신체성과 감정을 일부 모호하게 남겨두어, 마치 전체적으로 정지된 구성 속에서도 움직이는 인형의 모습을 순간포착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추상적인 반사효과의 미묘한 오버레이와 미완성된 팔다리들이 흩어진 이 작품은 관람객에게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라고 요구한다. 이 장면이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인지, 아니면 더 으스스하게 무의식적이고 상상된 것의 투영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이지현 작가의 작업이 오늘날의 미술 맥락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를 완전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들은 그녀의 생동감 넘치는 캔버스에서 단순한 만족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이들은 그녀의 뛰어난 구성 능력과 재료 활용 기술을 칭찬하거나, 일정한 규모와 양을 유지하며 꾸준히 작업하는 그녀의 야망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이지현 작가를 여성 작가, 이민자, 그리고 어머니로 부각시키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하지만, 이 조건들 중 어느 것도 그녀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 이지현의 작업은 직관적이며, 사회적 정체성이나 고난에 대한 선입견에 의해 흐려지지 않는다. 작품에는 어느 정도의 향수가 깃들어 있고, 도피적인 경향도 엿보이지만, 그녀의 작업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이유는 매체에 대한 그녀의 진솔한 즐거움에 있다. 그녀의 최고의 작업들에서 이지현은 갈망과 기쁨, 그리고 안도감이 뒤섞인 감상을 관객들에게 열어준다.


글 © 안 투이 응우옌